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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인 줄 알았는데…자도 자도 졸리다면 '이 질환' 의심⑤ [불면에서 숙면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왔을 때, 잘 시간이 아닌데도 나른하고 졸리다면 '춘곤증'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봄이 끝나도 졸음은 계속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춘곤증이 아닌 '과수면증'이라는 질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봄을 맞이해 춘곤증과 과수면증의 차이를 짚어보고, 신경과 박강민 교수(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이소영 교수(삼성창원병원)와 함께 과수면증이란 어떤 질환인지 정확히 알아본다.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기는 일시적 생리현상이다. 봄이 되면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 환경이 변화하므로 신체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생체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면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나른함,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것이 춘곤증이다. 정상적인 몸의 적응 과정이므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며칠 혹은 몇 주 내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반면 과수면증은 계절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졸음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충분히 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으며 활동 시간 내내 졸음이 온다. 특히 운전 중, 회의 중 등 상황과 상관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 과수면증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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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원인에 따라 '이차성'과 '중추성'으로 나뉘어
과수면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이차성 과수면증'과 '중추성 과수면증'으로 나뉜다. 먼저, 이차성 과수면증은 특정 질환으로 인해 과수면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이름 그대로 다른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과수면증이다. 예를 들어, 밤새 코를 고는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자주 잠에서 깨게 된다. 이로 인해 수면의 양이 부족해 수업 시간이나 업무 시간에도 졸음이 지속된다면, 이는 이차성 과수면증에 해당한다.
중추성 과수면증은 뇌가 우리 몸을 적절히 깨우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발생한다. 즉, 이차성과 달리 과수면증 그 자체가 일차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중추성 과수면증은 또 한 번 △기면증 △클라인-레빈 증후군 △특발성 과수면증으로 나뉘는데, 세 가지 모두 아직 정확한 발생 원인과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다.
1. 기면증
기면증은 우리 몸을 깨워 주는 '오렉신'이라는 물질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 물질이 부족하면 자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수면 발작'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겪을 때, 환자 본인은 자신이 잠에 든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기면증은 이렇게 원하지 않아도 자게 되는 병이지만, 오히려 밤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자주 깨게 되어 전반적인 수면 구조가 불안정해진다. 이때 졸음을 해소하고자 무계획적인 수면을 취하거나 과도하게 각성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해 상황이 악화된다.
기면증은 집중력 저하, 학습·업무 능력 감소, 우울증과 불안장애 위험 증가 등 다양한 정신 문제를 동반한다.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등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 방법은 중추신경 흥분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 관리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전략적인 짧은 낮잠(15~20분)과 카페인 제한, 적절한 운동 등이 기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2. 클라인-레빈 증후군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주기적으로 과수면을 취하게 되는 병이다. 한 번 잠에 들면 식사가 필요하거나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일어나지 못한다. 깨어 있을 때에는 과식증이나 과다 성욕증 같은 행동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유전이나 염증을 매개로 발생한다는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출생 및 발달 이상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클라인-레빈 증후군 환자의 25%가 저산소증이나 조산 같은 출산 과정의 이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는 △알코올 섭취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 △신체적 피로 △두부 외상 △백신 접종 △마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강민 교수는 "특히 발병 초기에 감염 증상이 가장 자주 보고된다는 점에서 감염성, 염증성 또는 면역 매개 병인이 제안되고 있다"며 "아직 특정 항원이나 자가항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과다수면에 빠져 있을 때는 안전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보조적 치료에 중점을 둔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심한 정신 질환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증상에 맞는 적절한 약물을 처방하며, 자살 사고 여부를 평가한다. 박 교수는 "만약 오랫동안 과수면이 지속된 적 있는 환자라면 다음 과수면이 시작될 때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며 "리튬 등의 약물을 통해서 예방 치료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인-레빈 환자는 평소에 손 위생을 철저히 하여 감염을 피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해야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
3. 특발성 과수면증
기면증, 클라인-레빈 증후군에 속하지 않는 중추성 과수면증은 특발성 과수면증이다. 환자 중 일부는 바이러스 감염 후 특발성 과수면증이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자가면역 문제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뇌 연결도 이상, 염증성 질환, 알레르기나 뇌척수액의 내인성 물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특발성 과수면증 또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어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치료를 진행하는데, 낮에 발생하는 과다졸음증을 치료하는 약물을 활용한다. 박강민 교수는 "특발성 과수면증 환자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위험할 수 있는 활동을 피하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며 "특히, 졸음이 약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 조작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 양은 많아도, 질은 떨어져…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중추성 과수면증이 발생하면 수면 양은 많아지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특발성 과수면증 환자의 경우 깊은 잠인 '서파 수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 보고가 있으며, 기면증 환자도 밤 동안 여러 차례 깨어나며 다시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즉, 야간 등 일반적으로 잠이 필요한 시간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추성 과수면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드물다. 만성적인 졸음은 평생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박강민 교수는 "한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중추성 과수면증이 있었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이 적음을 확인했다"며 "교통사고, 비만, 수면 무호흡증 등의 발생률 증가와 관련이 있고, 심혈관 질환 및 기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약 1.5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꼭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 방해 질환이 아니어도 이차성 과수면증 발생 가능
이차성 과수면증은 '밤 수면을 방해하는 질환으로 인해 낮에 졸린 경우'와 '밤 수면과는 관계없이 이차성으로 과수면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의 원인이 되는 일차성 질환으로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 △이갈이가 있다.
1.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잠을 잘 때 기도가 좁아져 목젖, 편도, 혀 등이 뒤로 젖혀지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발생한다. 뇌는 숨을 쉬기 위해 신호를 보내고, 횡격막과 가슴 근육은 더욱 힘을 주게 되어 결과적으로 환자가 자주 깨게 된다. 수면 중단은 기도 근육을 자극하여 숨길이 더 좁아지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깨어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환자는 다음날 아침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수면 무호흡은 보통 하룻밤에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발생한다.
정상보다 큰 혀나 편도선, 정상보다 작은 턱, 길게 늘어진 목젖 등 기도를 막는 조직이 있으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과체중인 경우에도 목의 지방조직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당뇨병, 폐경, 노화, 코의 구조적 문제 등도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소영 교수는 "정확한 진단은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며 "치료 방법으로는 상기도 양압 치료, 수술, 구강 내 기구, 체중 감량, 금주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2.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는 수면 중 반복적으로 다리나 팔을 움직이는 질환이다. 하체에서는 주로 엄지발가락을 뻗치거나 발목, 무릎, 고관절을 굽히는 증상이 나타나며 팔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는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수면 중 자주 깨고, 충분히 자고 난 뒤에도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밤에 깼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이소영 교수는 "△유전적 요인 △철 결핍성 빈혈 △하지 혈류 장애 △신경병 △근육병 △신장병증 △음주 △비타민 및 미네랄 결핍 등이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불안 증후군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기면병 △렘 수면 행동 장애 △요독증 △척수 종양 △adhd 등의 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철 결핍 및 페리틴 감소 여부, 약물 복용 이력 확인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를 시도할 수 있으며, 빈혈처럼 교정 가능한 발병 원인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적용할 수 있다.
3. 이갈이
수면 중 발생하는 이갈이는 '수면 이갈이' 또는 '야간 이갈이'라고 부른다. 수면 이갈이는 치아의 비정상적인 마모, 치아 통증, 턱 근육 통증 및 측두부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아침 두통과 피로, 불편감도 초래할 수 있다. 수면 이갈이는 어린 시절에 약 14-17%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나이가 들면서 감소합니다.
이소영 교수는 "발병 원인에는 심리 사회적 요소, 유전, 성격적인 요인이 연관될 수 있으나 명백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일차 수면 이갈이가 가장 많이 보고된다"며 "약물 복용이나 파킨슨병, 렘 수면 행동 장애, 다운 증후군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 수면 이갈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수면 중 이갈이 소리와 함께 비정상적인 치아 마모, 다양한 부위의 아침 통증 등이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수면 다원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에 따라 위험 요소 조절, 구강 내 장치, 약물 치료 등을 적용할 수 있다.
4. 우울증
밤 잠을 방해하지 않아도 이차성으로 과수면증을 유발하는 질환에는 우울증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우울감, 불안과 함께 불면을 유발한다. 그러나 일부 비전형적 우울증은 과도한 수면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심한 우울감 △죄책감 △무기력감 △체중 변화 △심한 피로감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이소영 교수는 "이런 이유로 사회 활동에 지장을 받으며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 호르몬은 열과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관련된 호르몬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온몸의 대사가 저하되어 △추위를 잘 타고 △땀이 잘 나지 않으며 △쉽게 피로하고 △의욕이 없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이소영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을 경우 △체중 증가 △변비 △근육통 △과도한 수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갑상선 기능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차성 과수면증 방치 시, 일차성 질환 악화
이차성 과수면증을 방치하면, 일차성 질환이 악화되고 새로운 연관 질환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수면증을 방치해 수면 중 무호흡이 심화되면 저산소증이 체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심혈관 질환과 당뇨, 위식도 역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피로감으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증가할 수 있다.
이소영 교수는 "이차성 과수면증 자체도 치료를 해야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고, 낮 시간대 졸림으로 인한 사고 및 기타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미국수면의학회(the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는 기저 질환을 치료하고 과수면증 증상을 관리하여 추가적인 건강 악화를 예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수면증은 중추성이든 이차성이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연계 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