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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찾아오는 암(癌)…"과신 말고, 꾸준히 암 검진받아야"
암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끝없이 증식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말한다. 신체 어디에서나 발생 가능한 데다, 진행될수록 서서히 다른 부위까지 전이되며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에, 예방만큼이나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게 꼽힌다. 그렇기에 국가건강검진에도 자궁경부암 검사, 위·대장내시경 검사 등 암 진단에 필요한 검사들이 포함되어 있는 상황.
이렇게 암의 위험성이나 검진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암 검진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2024년 암검진 수검률'에 따르면 지난해 암 검진 수검률은 70.2%로, 전년보다 3.8%p 상승한 수치다. 반면 암 검진 대상자임에도 별도의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의 수도 마냥 적지는 않은 실정이다. 이렇게 검진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건강하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3.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부분의 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을 과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제대로 검사를 받아보지 않으면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승은 교수(중앙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는 "암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1위로, 암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생존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라며 "정기적인 암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암 검진의 종류와 그 중요성에 대해 이승은 교수와 상세히 살펴봤다.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 암 검진, 성별·연령 따라 검사 종류 달라져
20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국가건강검진 대상이다. 짝수 연도 출생자는 짝수 연도에, 홀수 연도 출생자는 홀수 연도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체계측 △혈액검사 △흉부 방사선촬영 △요검사 △구강검진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필요한 암 검진의 종류가 달라진다.
연령대별로 필요한 암 검진 종류
● 20세 이상 여성: 자궁경부암 검진
만 20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기본 건강검진 항목에 더해 자궁경부암 검사가 추가된다. 성경험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성관계 시 감염되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로 인해 자궁경부암이 발병하기 때문. 이 탓에 20~30대 젊은 여성에서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마냥 낮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젊은 여성에게 암이 발생할 경우, 진행속도가 더욱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40세 이상: 위암, 간암, 유방암 검진
남녀를 불문하고, 40세 이상부터는 위암 검진이 포함된다. 한국인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위암 발생 위험도가 높은 편인데,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거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만큼 꾸준히 검진을 받을 것이 권고된다. 이승은 교수는 "2년마다 1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위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 위장조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라며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있다면 조직 검사를 시행해 위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40세 이상에 해당하는 남녀가 간암 발생 고위험군이라면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만약 간경변증이나 b형 간염 항원 양성, c형 간염 항체 양성,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 등에 해당한다면 간암 검진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라며 "간암 검진은 고위험군이 대상인 만큼 6개월에 1번씩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40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유방암 검사도 받아봐야 한다.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종 1~2위에 해당하는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40대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년에 1번씩 유방촬영술을 통해 검진이 진행되는데, 미세석회화를 동반한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 50세 이상: 대장암, 폐암 검진
50세 이상으로 접어들면 매년 1회씩 분변잠혈검사를 받을 것이 권고된다. 대변에 혈액이 묻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검사인데, 혈액이 포함되어 있다면 양성으로 진단된다. 이승은 교수는 "이렇게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수 있으며, 용종 등이 발견되면 검사와 동시에 바로 제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대장내시경이 어려운 경우라면 대장 이중조영검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용종이나 암이 의심된다면 확진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만약 오랫동안 흡연을 했다면, 만 54세 이상부터 만 74세 이하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이 폐암 검진 대상자에 포함된다. '갑년'은 평생 흡연력을 표시하는 단위다.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에 흡연 기간(년)을 곱한 값으로, 하루 1갑씩 30년간 담배를 피웠거나, 하루 2갑씩 15년간 담배를 피운 경우라면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2년에 1번씩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건강 과신 말고 암 검진 필수로 받아야…이유는?
보통 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으로 △체중 감소 △발열 △지속적인 피로감 △전신쇠약 △식욕저하 △원인 불명의 통증 등을 꼽는다. 그런데 암으로 인한 증상은 암조직 자체의 영향이나 주변 장기로의 영향, 암세포로 인해 생성된 물질이 전신으로 퍼지며 신체대사에 영향을 줄 때 발생하는 편이다. 즉,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어느 정도 암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암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
이승은 교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율은 높아지고 사망률은 낮아진다"라며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은 비교적 쉽게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도 높다"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예후가 좋지 않다고 꼽히는 췌장암이나 폐암 등도 빠르게 발견할수록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암을 초기에 발견할수록 치료도 쉬워지기 마련이다. 암의 크기나 전이 여부에 따라 수술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초기 단계에 발견하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환자의 신체적 부담도 줄이고, 항암치료 등의 강도와 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치료의 부담이 줄면 자연스럽게 사회로의 복귀도 비교적 빨라질 수 있으며, 합병증 등의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암 예방도 중요…"올바른 생활습관 실천해야"
암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기에, 완전한 예방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부적절한 생활습관이 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기도 하는 만큼,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발병하는 암종별로 위험요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 위암: 짠 음식이나 탄 음식 등을 즐기는 식습관, 헬리코박터균 감염, 흡연, 음주, 비만 등
● 폐암: 흡연, 대기오염, 직업적 요인에 의한 라돈·석면 노출 등
● 간암: b형·c형 간염바이러스, 간경변증, 흡연, 음주, 비만 등
● 대장암: 고기 위주의 식습관, 비만, 음주, 흡연, 신체활동 부족, 만성 대장 질환 등
● 유방암: 여성호르몬제 장기 복용, 유전적 요인, 비만, 음주, 신체활동 부족 등
● 자궁경부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흡연 등
● 전립선암: 고지방 위주의 식습관, 유전적 요인 등
● 췌장암: 당뇨병, 만성 췌장염, 흡연, 가족력 등
● 피부암: 자외선 노출, 인공 선탠 등
특히 흡연과 음주, 비만 등은 여러 암종에서 공통적인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금연과 금주, 적정 체중 유지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승은 교수는 "담배는 아예 피우지 않는 것이 좋고, 남의 담배 연기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라며 "주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술은 소량이라도 가급적 마시지 않을 것을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평소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간암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자궁경부암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혈액검사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hpv 백신은 남녀를 불문하고 접종하는 것이 좋으며, 이미 성 경험이 있거나 적정 연령대를 지났더라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접종할 것이 권고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별과 연령대별로 권장되는 건강검진 항목을 빠짐없이 받는 것이다. 특히 위내시경 검사 등은 진단뿐만 아니라 예방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내시경을 통해 장내 염증 등 이상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도 있고, 전암 병변 등이 발견되었다면 암이 되기 전 빠르게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 또한 최근에는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암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나이가 어리더라도 체중 감소 등의 이상 증상 등이 있거나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라면 암 검진 대상 연령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