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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인 줄 알았더니 치매?" 초기 신호와 대표적 4가지 유형 [치매를 말하다 ②]
# 63세 김 모 씨는 최근 기억력이 부쩍 나빠졌다고 느낀다. 냉장고 문을 열고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잊은 채 한참 서 있거나, 주차한 차를 찾느라 몇 번씩 주차장을 도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나이 탓이라 여겼지만, 반복되는 실수에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 단순한 건망증인지 치매의 시작인지 불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억력 감퇴'라는 공통점 뒤에는 전혀 다른 원인과 양상이 숨어 있다. 건망증은 나이가 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치매는 인지 기능이 병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이다. 또한 치매는 원인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뉘며, 각각 진행 양상과 치료 전략이 달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신경과 문소영 교수(아주대학교병원)는 "기억력이 떨어졌더라도 또래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대부분 정상 범주"라며 "평소 혼자 잘하던 일에서 자주 실수가 생기고 일상생활 유지가 어렵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와 함께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치매의 주요 유형, 최신 진단 기술, 그리고 치료의 실제 목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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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치매 환자 100만 시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묻다 [치매를 말하다 ①]
건망증은 자연스러운 노화, 치매는 병적 변화
기억력 저하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노화의 한 과정이다. 일반적인 건망증은 주의력 저하나 저장 속도의 느려짐으로 인해 이름이나 약속이 순간적으로 기억나지 않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되살아나고 일상 기능도 유지된다.
반면 치매는 뇌세포가 병적으로 손상되면서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 판단력, 실행 능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함께 저하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본인 스스로도 기억력 저하를 불편하게 느끼며, 병이 점차 진행됨에 따라 사회생활이나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노화는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이 될수록 치매 발생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문소영 교수는 "나이가 들면 뇌세포의 회복 능력이 저하되고 만성 염증 반응이 증가하며, 단백질 항상성이나 뇌혈관 기능도 떨어진다"며 "이러한 변화들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타우 단백질 변형, 혈관 손상 등 치매의 주요 발병 기전을 촉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기 치매의 신호는 익숙하던 일에서 반복되는 실수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약 복용이나 약속을 자주 잊거나, 금전 거래를 기억하지 못해 주변 사람과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타인을 의심하거나, 길 찾기·계산·은행 업무 등을 혼자 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흔히 나타나는 변화다.
문 교수는 "기억력 저하 증상이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정상일 수 있지만, 주변에서 '좀 심한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거나 일상에 불편함이 있다면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 치매의 4가지 대표 유형
치매라고 하면 대개 알츠하이머병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원인과 양상이 다른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원인에 따라 초기 증상, 진행 속도, 치료 전략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유형 구분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치매 유형은 다음과 같다.
① 알츠하이머병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고 타우 단백질 변형이 발생해 뇌세포가 손상되며,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다가 점차 언어 장애, 방향 감각 저하, 성격 변화로 진행된다. 문소영 교수는 "최근에는 기존의 증상 완화제 외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가 승인됐다"며 "완치는 아니지만 질병 진행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뇌부종과 뇌출혈이 주요 부작용이므로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
② 혈관성 치매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뇌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증상이 비교적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한쪽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보행 이상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철저히 관리하면 뇌졸중 예방과 함께 혈관성 치매도 막을 수 있다.
③ 루이소체 치매
뇌에 알파 시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축적되어 발생한다. 초기에 환각이나 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하루 중 인지 기능의 변동이 심하다. 꿈꾸는 동안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전용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 완화를 위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예: 리바스티그민)를 병용 처방하기도 한다.
④ 전두측두엽 치매
전두엽이나 측두엽이 주로 손상되며, 기억력보다는 성격 변화, 충동 조절 저하, 사회적 판단력 이상 등이 먼저 나타난다. 일반적인 치매와 다른 양상 때문에 초기에 정신과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문 교수는 "현재까지 병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항우울제 등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뇌 mri부터 혈액 바이오마커까지…진단 기술의 진화
정확한 진단은 치매 유형에 따른 치료 방향 설정에 필수적이다. 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전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분야는 알츠하이머병 병리 진단 기술의 진화다.
한국에서는 약 10여 년 전부터 뇌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도입되어,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에게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기억력 검사나 mri만으로는 병리적인 알츠하이머병을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pet의 도입으로 진단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문소영 교수는 "이와 함께 빠르게 주목받는 기술이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라며 "올해에만 미국 fda에서 관련 검사 2종이 승인됐다"고 전했다. 채혈만으로 베타아밀로이드 비율, 인산화 타우 농도 등을 분석해 pet 검사 없이도 병리 위험을 추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검사가 뇌 pet 검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 교수는 "혈액 바이오마커는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지만, 단독으로 pet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검사 간 정확도 비교, 인종·연령별 표준화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 보호자 지원 필요"
치매는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동시에 장기적인 관리가 병행되어야 하는 상태다. 문소영 교수는 치매 치료의 목표를 세 가지 원칙으로 강조한다.
첫째, 치매를 유발하는 가역적(되돌릴 수 있는)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기본이다. 문 교수는 "예를 들어 비타민 결핍, 간 질환, 갑상선 등 호르몬 이상이 인지 저하의 원인일 경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치되기도 한다"라며, "인지 저하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는 문진, 신체 진찰, 혈액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둘째, 조기 발견과 치료다.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사전에 예방하면 혈관성 치매로의 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도 최근 주목받는 항체 치료는 발병 초기일수록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셋째, 보호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치매는 환자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환자의 질환과 증상을 잘 이해하고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치매와 관련된 정보와 제도적 지원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교수는 "당장 치료법이 없어 답답할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과, 아무런 정보 없이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 사이에는 보호자의 부담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이상 행동이 심할 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국가 지원을 최대한 이용하고, 의사와 상의해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