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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사탕이 수면장애 부른다? "혈당 낮춘 후 잠들어야"
3월 14일은 연인들이 달콤한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는 날, 화이트데이다. 동시에 매년 둘째 주 금요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기도 하다.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지는 춘분을 앞두고 수면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수면학회에서 제정한 날이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잔뜩 주고받은 달콤한 음식이 수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고혈당이 야간뇨, 수면무호흡증 등 유발·악화…수면장애가 혈당 높이기도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사탕의 주재료는 설탕이다. 설탕을 녹여 모양을 만들고 단단하게 굳혀 사탕의 형태로 가공되는 것. 설탕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단순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몸속에서 소화와 흡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사탕과 당류, 정제 밀가루 등 단순당으로 구성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혈당은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설탕을 많이 사용해 달콤한 음식을 먹고 혈당이 높아진 후에는 바로 잠들지 않을 것을 권한다. 치솟은 혈당이 충분히 떨어지지 못하면 수면의 질이 크게 낮아져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자칫 수면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2형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있다.
고혈당 상태에서 잠든 후 쉽게 겪을 수 있는 증상이 야간뇨 증상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인슐린이 혈당을 적정 범위로 조절하기 때문에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혈당을 많이 높이는 음식을 한꺼번에 다량 섭취해 고혈당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 신장은 혈당을 체외로 배출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소변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렇게 수면 중 소변을 보기 위해 깨어나다 보면 수면 시간도 줄어들고, 화장실의 밝은 빛에 노출되는 탓에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전날 혈당이 높은 채로 잠들었다면 아침 기상 후 피로감을 더욱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을 앓는다면 고혈당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보통 수면 중에는 신체와 뇌가 최소한의 활동만 하기 때문에, 포도당 등의 에너지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뇌가 수시로 깨어나고,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체내 저장된 포도당을 혈액으로 방출시킨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아침에 공복 혈당을 쟀을 때 혈당이 높게 측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고혈당이 수면장애를 부르기도 하지만, 수면장애 탓에 혈당이 잘 조절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쉽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인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많이 분비하게 된다. 그런데 코르티솔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고 혈당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혈당 정상 범위로 낮추고 잠들어야…일정한 수면 패턴 유지도 도움
물론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 특별한 날을 맞아 1~2번 정도 단 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해서 바로 수면장애나 당뇨병 등의 질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단 음식을 지나치게 자주, 과량 섭취해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발생하거나, 지속적으로 수면장애가 지속되다 보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당뇨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 전 음식을 먹는 시간과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선물 받은 단순당 위주의 음식은 낮 동안의 간식으로 미뤄두고, 저녁에는 복합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건강한 식사를 해 보자. 내분비내과 김명진 교수(한림대학교성심병원)는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는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에는 혈당을 재 보고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제자리 걷기 등의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몸을 움직이면 혈당도 낮출 수 있고, 근육을 이완시켜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잠들기 전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숙면과 혈당 조절 모두에 나쁜 영향을 주는 습관이기에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간혹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들기 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어 알코올 섭취는 권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라면 수면장애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명진 교수는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리듬이 안정되어 자연스럽게 수면의 질이 향상된다"라며 "교대 근무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혈당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잠들기 전에는 빛이 나는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고, 조명을 어둡게 해 뇌가 수면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이러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숙면을 취하기 어렵거나, 혈당이 원활하게 조절되지 않는다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잠들기 전, 또는 아침 공복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면 당뇨병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수면다원검사 등으로 수면장애의 원인을 살펴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면 전반적인 건강 관리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