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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결과 정상인데도 아픈 이유는?... "통증은 매우 복잡한 현상"
통증이 잘 낫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이유가 있을까. mri, ct 등 여러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게되는 만성통증 환자들. 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 신동아 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통증은 굉장히 복잡한 현상"이라며 "통증의 원인을 단순히 몸의 고장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삶 전체를 들여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6개월간 하이닥은 대한신경통증학회 전문의와 함께, 심층 기획 시리즈 '통쾌한 해답'을 통해 통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신경과 질환과 그에 대한 해법을 알아보았다. 이제 그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신 교수와의 영상 대담 내용을 바탕으로 통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정리했다.
"mri결과가 같다고 해서, 같은 통증은 아닙니다"
신동아 교수는 처음 척추질환을 배울 때만 해도 "디스크가 터지거나, 협착증이 생기면 아프고, 그걸 수술로 제거하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단순한 논리로 치료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료가 쌓일수록 그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 교수는 "외래 환자 중, 원인이 딱 잡히고 치료하면 통증에서 잘 벗어나는 분들은 많아야 10% 정도"라며 "나머지 환자들은 mri도 비슷하고, 병명도 비슷한데, 통증은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지점은 통증 경험은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지지, 경제적 어려움, 가족의 지지 여부에 따라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체감되는 고통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신 교수는 "시장 한복판에서 생계를 위해 물건을 떼다 파는 할머니의 요통과, 사회적 지지가 충분한 환경에서 여유 있게 사는 할머니의 요통은 다를 것"이라며 영상 소견이 같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 중심 치료로의 전환 필요, "아프다"는 현상에 집중해야
만성통증 환자 진료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제도권 안에서 시행하는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환자는 계속해서 통증을 느낀다.
신동아 교수는 이 지점에서 '환자 중심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증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사람이 지금 심한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원인을 쫓는 데만 매달리다 보면, 검사 결과가 정상인데도 통증을 계속 느끼는 환자는 환자가 아니게 된다.
그는 철학의 '현상학' 관점을 빌려, 통증을 "원인을 증명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존재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중심 치료는 바로 "아프다"는 환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남겨야 하는 통증… "서사의학으로 돌아가자"
신동아 교수는 통증 진료에서 '서사의학(narrative medicine)'의 중요성도 말했다. 의대에서 배울 때는 의무기록을 환자가 어떤 환경에 살고,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통증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까지 상세히 적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한국 의료 현장에서는 몇몇 항목들만 네댓 줄 쓰고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를 "효율성은 있을지 몰라도, 비인간적인 기록"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본 의무기록은 한 명의 환자를 40분~1시간 진료하고, 그중 상당 시간을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데 쓴다. 환자가 처한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통증을 더욱 더 자세히 이해하려는 것이다.
만약 간단한 의무기록만 남겨 놓으면 그 환자를 다시 만났을 때 깊이 있게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신 교수는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남은 신경통증학회 회장 임기 동안, 다시 서사형 의무기록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만성통증, 뿌리 뽑기에만 집중해선 안돼…"환자도 통증을 이해해야"
환자 스스로도 통증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신동아 교수는 강조한다. 그는 mri 필름만 20장을 들고 온 중년 여성의 사례를 들어 "허리가 아파서 수십 군데 병원을 다니신 분이었는데, 검사와 영상들을 전부 봐도 '이것 때문이다'라고 원인을 딱 집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치료하면, 통증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재 의학으로도 원인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통증이 분명 존재한다. 이때 필요한 건, "적어도 생명을 잃거나, 큰 마비가 올 위험은 낮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통증을 '함께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점의 변화다.
신 교수는 "내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는 없는지, 건강 염려 상태는 아닌지, 최근 가정이나 직장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지는 않았는지, 불면은 없는지, 이런 요소들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지금 내 몸의 상태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이고, 정말 도움이 되는 보존적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환자 모두 통증에 대한 '열린 마음' 필요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 열린 마음으로 통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사는 환자의 통증이 복잡한 현상의 결과라는 것을 고려하여, 환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만성통증을 겪는 환자도 자신의 통증 뿌리 뽑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을 잘 관리하여 완화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신동아 교수는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가, 아닌가'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이 사람이 자신의 통증과 함께 어떻게 삶의 균형을 다시 세워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