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세계적으로 외로움을 개인의 심리 상태가 아닌 주요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큰 힘을 얻고 있다.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는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 중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2018년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한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 외로움부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외로움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책임자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할 정도로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외로움은 정신건강뿐 아니라 각종 신체적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하는 등 대표적인 건강 위해 요인 중 하나다.
외로움, 당뇨병·심혈관질환 위험 ↑실제로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서부 노르웨이 응용과학 대학(western norway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연구진은 외로움이 제2형 당뇨병 위험인자 중 하나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진이 노르웨이 성인 2만 4,024명의 건강 데이터를 추적 및 관찰한 결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2022년 미국심장협회(aha)가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등 뇌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로움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외로움이 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수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암 생존자 수명에 악영향 미쳐지난 1일 미국 암 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acs) 소속의 자오 징쉬앤(zhao jingxua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임상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을 통해 외로움을 느끼는 암 생존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수명이 현저히 짧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는 2008~2018년 사이 미국에서 이루어진 보건·은퇴 연구에 참가한 대상자 중 암을 진단받았다 치료를 받은 50대 이상 성인 3,4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자의 외로움을 평가해 수준에 따라 △외로움 없음 △외로움 적음 △외로움 중간 △외로움 높음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2020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외로움 정도와 상관없이 외로움을 느낀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그룹에 속한 암 생존자의 사망 위험은 약 2배 이상(신뢰 수준 95%) 높았다.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진이 연령 등 다른 사망 위험 요인들을 추가해 다시 분석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연구진은 "외로움에서 비롯된 적대감, 스트레스,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음주, 흡연, 신체활동 감소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이어져 암 생존자의 수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회적 고리 회복이 암 생존자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라고 덧붙였다.연구진은 외로움의 영향으로부터 암 생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족 등 주변에서 환자가 외로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